[칼럼]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


군대는 전쟁을 위해 존재한다. 평화를 위한 억지력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체성을 무엇으로 규정하든 합법적으로 용인된 국가의 물리력, 또는 국가에 의해 정당화된 폭력기구라는 본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개인의 살인은 중범죄로 처벌하면서, 군대의 (적에 대한) 살인행위는 권장되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군대라는 물리력을 용인하는 까닭은 그것이 없을 경우 어떤 위해나 폭력 앞에 개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각자도생의 자기 무장을 강화해 세상이 아수라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토마스 홉스는 일찍이 ‘리바이어던 국가’를 통해 이런 딜레마를 시사했다.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존엄성을 포기해야 하고 권리를 반납해야만 권리가 보장된다는 모순과 역설의 한가운데에 국방의 의무가 있고 병역법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6월 28일 병역법 제88조 1항(입영의 기피 등)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반면, 동법 5조 1항(병역의 종류)에 대해서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병역은 거역할 수 없는 의무라고 재확인하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판단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와 양심의 자유가 경합할 때 어느 가치가 우선하는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국가안보 앞에 한가한 소리 말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에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안전보장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게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묻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럴수록 해당 헌법 조항을 사려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전제하면서 그 후단에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다시 묻자. ‘양심의 자유’는 ‘국가안보’ 앞에 뒷전으로 물려지는 게 당연한가? 양심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이 아닌가? 일찍이 헌법재판소는 “양심이란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도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해석한 바 있다. 국제인권사회도 이미 국가안보의 개념을 ‘군사안보(MILITARY SECURITY)’에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로 발전시켰다. 안보란 개인의 존엄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거꾸로 개인의 존엄성을 두껍게 보장할 때 실현된다고 본 것이다. 국가안보의 초석이 애국심이라면, 그 애국심이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주권자의 양심을 강제해서가 아니라, 나의 양심을 존중하는 국가에 대한 애정과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상식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병역면탈이 상식인 ‘왕후장상의 씨’에게는 후하게 적용되는 의무강요의 잣대가 왜 힘없는 우리에겐 엄격할까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더라도.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
<출처>